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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과 금문으로 해석한 '대학'과 '중용' 프롤로그

하나님의 사랑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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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MorningLonDon
기사입력 2023.03.14 10:55

프롤로그

 

 

갑골문과 금문 그리고 피카소

 

오래전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짧은 일정속에서 피카소 미술관을 둘러봤다. 92세의 나이로세상을 때까지 피카소(1881 -1973)가 남긴 많은 작품 가운데 4,000여 작품을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었다. 주로 피카소의 청색시대(1901-1904)  작품들 이었다. 입체파의 선구작품 (아비뇽의아가씨들'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이 보이지않아 못내 아쉬웠다.

 

입체파라는, 물상의 해체를 회화에 도입하기 몇 해전 1899, 중국에서 발견된 갑골문은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반향을 일으켰다. 전설상으로만 알려진 상나라의 유물과 문자들이 은허 지방에서 대량 출토되고 1900년대 들어서자 유럽까지 갑골문과 금문 관련 기사들이 넘쳐났다.

젊은 미술학도들은 수 천년전 그림문자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고대의 그림문자는 복잡한 형상의 사물들을 지극히 단순화시킨 문자로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 같았다

내가 다섯 살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4년이 걸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이 걸렸다. - 파블로 피카소

 

 

  

 황소대가리 1943 피카소  파리박물관

 

  소 牛 금문


 

 


낡은 자전거 핸들과 안장으로 만들어진 피카소의 '황소대가리'가 갑골문의 소 牛 글자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말년에 회고한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중국인으로 태어났더라면 화가가 아닌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림을 ‘쓰고’싶다.-피카소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는 큰놈이 열세살이 될 무렵 아빠 책상에 프린트 돼있는 고문자 그림을 보더니  "이 그림은 수탉 아녀요?" 했다.

어지럽게 널려있는 프린트 더미에 빠져 있던 나는 "네 눈에도 수탉으로 보이냐?"되물었다.

"예, 늠름한 수탉벼슬과 조류 가운데 수탉만이 가지고 있다는 며느리발톱..." 녀석은 그림을 지적하며 빙그레 웃었다. 

 

  <창(戈)을 나타내는 금문. 본문 수탉에서 창으로 中>



수 천년간 행방이 묘연한 '과두문자'를 추적하던 중,  갑골문과 금문으로 [대학]을 해석하고나서 [중용]의 해석을 앞두고 주저하고 있었다. 동양학문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중용이 과연 갑골문과 금문 몇 글자로 해석될수 있을까. 큰 녀석이 수탉 그림을 단박에 알아본 것에 용기를 얻은 나는 과감히 그 가설, 곧 '갑골문과 금문이 과두문자의 원형이다.'라는 내 가설을과 함께 앞으로 밝혀질 중용의 미래를 예측했다. 그 예측이 빗나가는 순간 내 자리는 사라지는 것임에도... 

[대학]이 '신이 세상을 만든 목적' '제사의 의미'를 설명한 것이라면 [중용]은 '제사 장소 및 제사장과 관련한 것'이 될 것이다.'

그 이후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10여 년간의 홀로걷던 여정을 통해 중용의 내용이 내 예측과 맞아 떨어졌을 때, 내가 세운 가설의 출발이 되는 '과두문자의 원형은 갑골문과 금문이다.'또한 자동으로 증명되었다. 이 순간, 공자가 말한 '아침에 도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 '도 깨침'의 기분을 실감했다.  ‘진리란 무엇인가’ 라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이 한순간에 뚫렸다. 고문자 해독이라는 짧지 않은 내 여정이 '수 천년 넘게 걸어온 조상들의 길에서 과히 벗어나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도 밀려왔다.

 

 본디 이 책은 영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다가 한자 교육 없이는 한국어를 배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십여 자의 갑골문과 금문 풀이를 불과 한 두시간만 듣게 되면 그 어렵고 모호한 동양철학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다. 한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동양 철학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대학'과 '중용'을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내가 걸어온, 사라진 과두문자 추적의  첫 모험의 결과를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어느 누구도 밟은 적이 없는 길이라 참조하거나 물어볼 사람이 드물었다. 인문학의 길은 학문의 족보가 가장 중요함에도 어리석음을 벗지 못한 필자의 학문적 미천함으로인해  스승조차 만나지 못했다. 문자해석의 첫 출발은 편견에서 벗어난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과 권위는 과감한 상상력 발휘를 억누르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다행히도 필자의  학문적 무족보가 편견에 빠지지 않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와 과거 사이를 흐르는 역사의 강폭이 아무리 넓다 해도 편견을 벗어날 수 있는 상상력에 따라 극복될 수 있다. 그러한 편견의 강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나만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준 수많은 분들께 일일이 감사의 말을 전하지 못함에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 중에 한 분인  Richard Sears 선생이 평생에 걸쳐 정리해둔 갑골문과 금문 사진자료가 없었다면 내 모험의 길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방대한 중국 한자 자료들을 데이터 베이스화 한  문자학을 연구하는 많은 대선배들께도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물은 하늘에 계신 그 분의 계획임을 빍히며...

 

2023 03 13

계묘년 삼월 열사흘 朴必立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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