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사설
희망은 어디서 오는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태양의 제국(Empire of the Sun)이라는 영화가 1987년에 개봉된 지 30년이 넘었다. 2차 대전 당시 상하이를 무대로 펼쳐지는 영화에서 주인공 소년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모와 헤어지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본군의 포로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오늘의 생존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포로 신세인 수용소 의사는 틈틈이 어린 소년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다. 곧 전쟁이 끝나리라는 것과 부모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 아니라 언어는 자신의 존재방식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급박해 갈수록 언어를 잃어버린 소년은 자신의 존재마저 잃게 되고 자신을 찾아온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2023년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감염병이 3년째 지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무수한 사망자와 어려워진 세계경제로 세계 모든 나라들이 각자 생존의 길로 들어섰다. 자국중심으로 인한 국가 간 갈등,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지구를 휩쓸고 있는 환경파괴로 인한 이상 기후 등...
각 진영논리조차 맥을 못 추고 있는 작금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인류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한국인의 국뽕 때문은 아니다. K 스포츠, K방산장비, K팝, K 영화 때문에?
한국인조차 간과하고 있는 한민족의 특이한 생존방식을 은연중에 세계인들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외부에서 친입 한 노략질 정도는 1천 회가 넘고 역사에 기록된 전쟁만 90회에 이를 정도의 험난한 역사를 가진 한국의 생존방식은 무엇인가.
한국 못지않은 험난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2000년 전에 망했던 국가를 다시 세운 이스라엘과 천 회가 넘는 외부침략에 맞서 온갖 수모를 견뎌온 대한민국...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그들이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장 8절
이스라엘의 신이 그 신민들에게서 가장 우선으로 구한 것은 경배나 번제물, 강물같은 기름, 희생제물이 아닌 '공동체의 정의'였다.
한국인의 공동체적 사고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우리'라는 단어이다. '나의 학교', '나의 나라'가 아닌 '우리학교', '우리나라'다. 심지어 '나의 마누라'조차 '우리 마누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한국인의 언어습관은 '나'의 정체성이 '우리'라는 공동체 속에세 확립되고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나가간다.
'네 생각이 덮어놓고 그른 것이 아니다.'-양건섭 詩 가운데- 라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제 한 시대의 이념을 뛰어넘어 만고의 진리처럼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개개인의 사고가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시대'에서 '공동체'라는 단어는 이제 박물관에서 박제처럼 걸려있는 것이 것이 현실이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하였다.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면 어젯밤 꿈조차 뒤숭숭할 뿐이다. 사고 또한 불가능하다. 언어는 태어나면서 자동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훈련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다. 훈련은 첫 째-일정정도의 반복된 동작,둘 째- 습관화 힐 정도의 일정 기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숙달된 조교'가 필요하다. 언어의 습득이 바로 이 공동체를 통한 훈련과정의 대표적 사례다.
개개인이 공동체보다 우선시 되는 시대에 한국이 세계의 희망이 되는 것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공동체 정신 때문이다. 공동체란 단순한 집단이 아닌,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토양이다.
"세상에서 제일 그리기 쉬운 것이 무엇이냐?" 왕이 물었다.
"귀신 입니다." 오원이 답했다.
"연유를 말하라" 왕이 명했다.
"귀신은 누구도 본 사람이 없기에 내가 어떻게 그려도 그것을 평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원이 답했다.<고종과 장승엽의 대화 중>
막연한 추상어는 귀신을 그리는 것과 같다. 추상어는 문제해결을 돌출하는 사고를 만들어는 시작점이 되지 못한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라도 그 현실에서 살아남는게 하는 것이 구체적 언어를 통한 '희망'이라는 단어다. 그 희망이 살아있게 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 뿐만 아니라 공동체 리더들의 첫째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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