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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단순함, 그 속에 숨은 비밀

오징에 게임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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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MorningLonDon
기사입력 2021.11.18 05:19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 한 편에 전 세계가 매료되고 있다. 넷플릭스 통계에 의하면 자난 달 17일까지 전 세계 1억 천백만 가구가 시청했다. 가구당 평균 4안으로만 계산해도 4억 이상이 시청한,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이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공식 가입이 불허된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시청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인구의 10%가 넘을 것을 것이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은 총 2,140만 달러(한화 254억)의 제작비는  디즈니 플러스 마블 시리즈의 '완다 비전'과 '더 팰컨 앤드 더 윈터솔저'의 회당 제작비인 2,500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가성비 최고의 성공을 가두었다.

 

3,800만 달러(450억 원)를 두고 벌어지는 '오징어 게임'은 그 최종 상금조차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벌어지는 게임머니에 비하면 형편없는 금액이다. 이 영화에서 상금의 많고 적음은 영화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전혀 관심 밖이다.

 

영화의 형식을 파괴한 '오징어 게임'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영화계는 커다란 난관에 마닥뜨려야 했다. 영화보다 더 엄청난 사건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001년 9.11 테러는 스포츠 중계처럼 실시간 방송됐으며 그 테러로 시작된 2003년 이라크 전쟁 또한 또 다른 스포츠 중계처럼 생방송되었다. 영화보다 더 가공할 사건들이 터지는 실제 상황에서 영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제작비보다 엄청난 비용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 흥행작들의 치솟는 제작비로 인해 대자본을 가진 미국이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왜 한국에서 '오징어 게임'이 제작될 수밖에 없었는가.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오징어 게임'에 접근하는 첫 단추이다. 

불과 20미터 바다속에 있는 300명이 넘는 어린 학생들이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한 채 죽어가는 상황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잠수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도 구할 수 있는 깊이의 배안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시신이 되어 떠오를 때마다 그 상황을 스포츠 중계처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정신적 붕괴를 피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그 엄청난 비극의 비밀은 밝혀지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영화인도 '세월호'주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군사 작전 가운데 일어난 일련의 사고로 인한 수 십, 수 백명의 희생자들을 발생시킨 사고 원인들은 수 십 년이 지나도 밝혀질 수 없는 극비로 취급된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접근한 극비에 대한 풀이는 개인의 음모, 혹은 소규모 집단,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사건 접근과 그에 따른 화려한 활동(미국 블록버스터에 필수인 자동차 씬, 대규모 폭발,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대규모 컴퓨터 그래픽 등)을 위한 막대한 비용의 제작비 등이 전부였다. 예술성 높은 작품들 또한 개인을 포커스로 한 그의 주변부 인물들을 그려내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오징어 게임'처럼 수많은 주인공들을 포커스로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존 영화의 틀로는 담아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고차방정식을 풀어낸 초등학교 산수

 

수 십 명의 주인공들, 각자의 사연, 삶의 도전과 실패, 그들의 주변부 인물 등... 가치관과 세계관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모습까지 그려내는 것은 고성능의 인공지능 컴퓨터도 풀어내기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다. 이러한 고난도 문제를 풀어낸 것은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산수문제로 변환시킨 것이 '오징어 게임'이다. 

관객들로 하여 강제로라도(화려한 추격씬, 엄청난 폭발, 섹스 씬 등) 주의를 집중시켜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 한 순간이라도 놓치게 되면 스토리 전개를 이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요즘 영화 추이이다. 또한 영화를 재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장면마다 등장하는 소품들에 대한 사전지식은 필수다.

인용하는 수식을 한개라도 빼먹는 순간, 풀이불가의 고차 방정싱이 아니라 '오징어 게임'은 초등학생들이 주위가 산만하게 떠들어 대면서도 풀어낼 수 있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극히 단순한 게임들이다. 

 

그러한 게임을 처음 접한 관객들조차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는데 많은 공식이 필요치 않다. 사전 지식도 필요없다. 한번 들으면 누구든 게임에 참가할 수 있다. 그 단순한 게임을 통해 수 많은 주인공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복잡한 음모나 배신을 게임은 강요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나도 모르게 그 단순한 게임에 빠져든다. 문제를 풀기 위해 복잡함이 습관화된 현대 인류들 뒤통수를 얼얼하게 때린 것이 이 영화다. 뒤통수를 얼얼하게 처맞은 관객들은 자신들이 맞은 것조차 모른다. 오징어 게임은 뒤통수를 때린 것이 아니라 뒤통수를 얼얼하게 처맞아야 잘 만든 영화라고 추켜 세우는 관객들의 외투를 홀랑 벗겨버렸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가던 300여 명의 아이들이 불과 20여미터 바다 깊이에서 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던 세월호 탑승자는 476명이고 오징어 게임 참가자는 456명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세월호의 'ㅅ'발음도 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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